영화 자체보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덕분에 (덕분에? 때문에?) 새롭게 조명받게 된 영화, 컨테이젼. 코로나 사태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를 찾다 보면 Top3안에 드는 영화이다. 다른 것들로는 판더믹(2015)이나 무비브릿지에서도 다룬 적 있는 #살아있다(2020)같은 것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Top1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판더믹은 아직 보지않았고, #살아있다는 바이러스로 인해 집 안에 혼자 격리된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컨테이젼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 감염, 원인 등에 대한 묘사가 소름이 돋을만큼 정확하고 (2020년인 지금 본다면) 그 세계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반응 또한 굉장히 현실적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실 그렇게 좋은 영화는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제외하고 보면 꽤나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이다.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 초반에 원인도 모르는 바이러스에 전 세계 사람들이 감염되어가는 파트는 꽤나 괜찮았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불필요한, 혹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결말로 어떻게든 버티고 보면, 전 지구적인 재난 사태가 허무할 정도로 갑자기 해결되어버린다. 바이러스가 최초로 전파된 이유도 납득을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그러니까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위에 이야기했던 단점들은 모조리 장점 혹은 굉장한 선구안을 가진 감독의 센스로 보인다. 무서워질 정도로. 현재 우리의 생활을 그대로, 혹은 조금 과장해서 영화화했다고 해도 믿을 사람 있을거다. 무려 9년 전 영화인 걸 감안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지. 2011년에 난 뭐했더라? 고등학생이었네. 공부 열심히 하고 있었구나. 바이러스같은 걱정 하나도 없이.
우선 여기에는 반가운 얼굴이 많이 나온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모피어스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인셉션에서 불쌍한 아내,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맷 데이먼과 캡틴 마블 괴롭히는 주드 로,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의 여자친구인 기네스 패트로까지. 이렇게 보니까 진짜 신기한 조합이네. (물론 지금 본다면)
반가운 얼굴들 가운데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주드 로 라고 생각한다. 영악한 기자 역으로 나오는데,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전염되어 사망한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아무 근거없이 개나리 액이 치료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굉장히 많은 돈을 번다. 사기극도 벌인다. 아픈 척을 하면서 본인이 직접 개나리 액을 먹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불안해하는 사람들, 혹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만 하는 절박한 사람들은 바로 달려들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정의구현을 당하긴 한다. 영화니까, 악역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구현은 있어야 했겠지.
이제 2020년 현실로 돌아와보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해진다면, 혹은 이미 심각한 어떤 곳에서 공식적인 발표나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지만 치료가 되었다는 루머가 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아마 영화랑 똑같이 난리가 나지 않을까. 부디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할텐데. 진짜 공포영화네 이거. 지금 사태를 염두해서 보면 공포영화로 장르가 바뀌는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 사태를 당장 해결할 순 없어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고 최대한 예방을 해야 하는 목적으로 이 영화를 이용하면 어떨까, 하고 조금 생각하기도 한다.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말을 해도 안 들을 땐 공포심을 이용하는게 또 먹히거든. 오래 가지는 않더라도, 영화를 본 직후는 손도 깨끗하게 씻고 밖에도 덜 나가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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